Hankyoreh

투기장 된 한옥마을…밤엔 ‘유령마을’

카페 등 상업시설 늘고 ‘별장용 빈집’ 수두룩

서울시 ‘북촌 가꾸기 사업’ 투기꾼 좋은 일만

기사등록 : 2010-09-08 오후 10:46:41

어둠이 내린 골목 안은 캄캄했다. 도심에서 어렴풋하게 비쳐오는 불빛만이 거리를 희미하게 밝혔고, 집들은 온통 밖으로 굳게 잠겨 있었다. 지난 7일 밤 9시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30번지 일대 북촌 한옥마을은 어둠 속에서 고요로 가득했다.

조선왕조 정궁이었던 경복궁과 그 동쪽에 있는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서울시내 대표적 한옥 밀집지역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북쪽 동네라는 뜻에서 조선시대부터 ‘북촌’이라고 불렸다. 조선시대에 지어진 한옥들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대부분 사라졌고, 지금은 해방 전후에 지어진 근대 개량 한옥들이 대부분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북촌 일대 한옥은 모두 1000여채에 이른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옛 우리 주거문화의 특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낮이면 카메라를 손에 든 ‘출사족’(야외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도 늘 북적인다.

Ghost Town

» 재력가들의 투기의 장으로 변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의 밤 모습. 실제로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적어 낮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밤이 되면 암흑에 휩싸인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그러나 밤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간 가회동 한옥마을은 ‘유령 마을’을 방불케 한다. 암흑에 휩싸인 마을은 적막하고, 불이 켜진 한옥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가 전략적으로 이 일대를 한옥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북촌 가꾸기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재력가들의 투기장으로 전락하면서 원래의 빛을 잃어가고 있다.

주민 윤정희(51)씨는 “부유층에서 투기 목적인 별장용 주택으로 한옥을 소유하다 보니 실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삼청동이나 인사동처럼 주거기능을 없애고 한옥을 갤러리나 카페 등 상업시설로 사용하는 사람도 늘고 있어 사람사는 냄새가 나지 않는 우스운 동네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일대 한옥 시세는 강남 아파트 시세에 다가서고 있다. 가회동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아무개(53)씨는 “이곳 한옥의 경우 3.3㎡당 평균 3000만원에서 높게는 35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며 “웬만한 강남 아파트보다 비싸지만 한옥의 인기가 높아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한옥마을이 껍데기만 그럴싸한 박제된 마을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건축학부)는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은 지속 가능성이 없다”며 “공동화가 계속 되면 자칫 도심 속 우범지대로 변해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한옥 지원 사업을 벌이는 서울시는 외향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사는 마을로 북촌을 가꾸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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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한옥에서 살아온 나의 한옥 사랑이 이웹싸이트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공익을 위하여, 우리는 서울시에 남아있는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호하는 데에 생겨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문서, 수필, 의견 또 사진들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하회마을과 양동, 이 두 한옥 마을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정지로 인정을 받으면서, 전통한옥은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우리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옥이 어떻게, 왜? 계속 파괴되어지는지, 누가 그 책임을 지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며 또한 어떠한 조취가 취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웹사이트가 사라지는 서울의 한옥 문화유산의 보호를 돕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David Kil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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