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가꾸기가 되레 한옥 망쳐"

19년째 북촌마을 지킴이 영국인 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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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출신의 영국인 데이비드 킬번(63). 1987년 한국에 왔다. 그해 미국과 유럽에서 발간되는 광고.마케팅 전문지의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던 그는 서울 계동에서 전통 한옥을 처음 접했다. 한눈에 반했다. 그러곤 한국인 부인 최금옥(51)씨와 한옥촌인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그는 "보자마자 한옥과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90년 일본 ANA항공의 잡지 '윙스팬'에 한옥을 소개하는 기사도 썼다. 19년째 같은 집에서 지내고 있다.

킬번은 "나무.벽돌.흙만을 이용한 자연 그대로의 집이 한옥의 매력"이라며 "한옥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가장 잘 보여 준다"고 말한다.

David Kilburn in hospital

한옥 재건축 업자와 몸싸움을 벌이다 부상당해 병원에 입원 중인 킬번. 신인섭 기자

요즘 킬번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얼마 전 가회동.계동.재동 등 일대의 한옥을 개.보수하는 서울시의 '북촌 가꾸기 사업'에 반대하며 재건축 업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다 부상했다. "'한옥 가꾸기' 사업이 되레 한옥을 망치고 있다"고 했다. 사업을 막기 위해 서울시청.종로구청을 수십 번 들락거렸다.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서울시장에게도 사업 중단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공사 현장 곳곳을 사진으로 찍어 관련 부처에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한옥 개.보수를 한다면서 사실상 전통 한옥의 기본 구조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서울시의 개.보수 공사 과정에서 나무.벽돌이었던 한옥의 뼈대가 철근.콘크리트 등으로 대체되면서 원형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킬번은 "현대식으로 개조돼 '무늬만 한옥'인 집이 양산되고 있다"고 걱정한다. 킬번은 2일 기자와 만나 "3000만원에 달하는 개.보수 지원금과 개발이익을 노린 난개발이 심각하다"며 "식당.노래방 등을 열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마저 변경되면 한옥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유럽에선 고궁 보존을 위해 불편한 대로 사는 게 몸에 배어 있다. 한옥 개조는 최소한에 그치고 큰 틀은 수백 년 전 지어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 한옥 보존 논란=킬번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옥 보존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현영조 서울환경계획연구소 소장은 '한옥 지키기'에 동참했다. 현 소장은 "서울시의 사업 이후 비주거용 한옥 수요가 늘면서 한옥 값이 약 1.5배 올랐다"며 투기를 우려했다.

반론도 만만찮다. 한옥마을이 문화재가 아니고 개인의 사유재산인 만큼 집 주인이 형편에 맞게 고치는 것을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역사도시보존팀의 노경래 주임은 "한옥마을은 '민속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민 의견도 엇갈린다. 북촌 한옥마을에 35년째 살고 있는 임모(54)씨는 "집들을 너무 많이 뜯어고치다 보니 동네의 자연미가 사라져 가고 있다"며 "내부공사만 어느 정도 허용하고 외형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박모(47)씨는 "서울시 사업덕분에집값도많이 오르고 그동안 불편했던 난방.단열 등의 문제가 해결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Kahoi-dong Roofs

김호정 기자<wisehj@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 북촌=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하는 전통 한옥 밀집 지역.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란 뜻이다. 풍수지리상 서울에서 최고로 꼽힌다. 궁궐 사이에 자리 잡아 왕족.고위 관료가 거주하도록 한옥을 짓기 시작했다. 현재의 한옥은 30년대 지어졌다.

◆ '북촌 가꾸기 사업'=종로구 가회동.삼청동.원서동.재동 등 19만5000평에 이르는 800여 채의 한옥을 개.보수하고 주변환경을 개선하는 사업. 84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01년 시작했다. 현재까지 240여 채의 한옥이 개.보수됐다.  

2006.03.03 04:57 / 2006.03.0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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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한옥에서 살아온 나의 한옥 사랑이 이웹싸이트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공익을 위하여, 우리는 서울시에 남아있는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호하는 데에 생겨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문서, 수필, 의견 또 사진들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하회마을과 양동, 이 두 한옥 마을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정지로 인정을 받으면서, 전통한옥은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우리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옥이 어떻게, 왜? 계속 파괴되어지는지, 누가 그 책임을 지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며 또한 어떠한 조취가 취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웹사이트가 사라지는 서울의 한옥 문화유산의 보호를 돕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David Kil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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