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쩍은 북촌 한옥마을

전통미는 오간데 없고, 콘크리트로 졸속 개조
외지인들 투기 바람에, 빈집 절반 밤엔 을씨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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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chon tiled roofs

수십년 간의 도심 개발 과정에서도 실 거주 공간으로서 전통한옥을 보존해왔던 '북촌 한옥마을'이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 껍데기 마을'로 변하고 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북촌 개발 사업으로 외지인들이 한옥을 대거 사들이면서 평소에는 텅 비어 있는, '강남 부자들의 별장촌'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동안 서울시 지원금을 받고 진행된 한옥 개ㆍ보수 공사도 지붕만 기왓장을 얹고 내부는 '콘크리트 양옥'으로 바꾸는'무늬만 한옥'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통 보존이라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일보가 23일부터 30일까지 북촌마을 한옥특별관리구역 중에서 한옥비율(95%)이 가장 높아 최고등급인 'S1'으로 분류된 가회동 31번지를 직접 조사한 결과, 공방이나 갤러리, 양옥 등을 제외한 거주용 한옥 71채 중 30%(20채)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었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외지인들이 거주 외의 목적으로 집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 지역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2000년 이후 소유주가 바뀐 집이 45곳이었고, 이 중 소유자의 실 거주지가 다른 집이 전체 71채 중 절반에 가까운 32채나 됐다.

이들은 이곳 한옥을 비워놓고 실제로는 강남ㆍ서초ㆍ송파구나 용산구 한남동ㆍ이태원동 등 부촌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거나, 해외에 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한 마을 주민은 "아이들이 뛰놀고 주민들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곳이었던 북촌 마을이 이젠 낮에는 관광객들만 보이고, 밤에는 아예 인적이 끊겨 혼자 다니기 무서운 곳이 됐다"며 "외지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사들인 덕에 집 값은 많이 뛰긴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지인들의 매매 속에서 정부 지원금으로 진행된 한옥 개ㆍ보수 공사 상당수가 지하층을 만든다는 구실로 실제로는 1층을 콘크리트 구조물(양옥)로 바꾼 '가짜 한옥 공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전통한옥 양식을 유지하면서 개ㆍ보수를 허용한 '한옥 수선기준'을 만들어 가구당 수천만원을 지원해왔으나 대부분 기준을 어기거나 편법으로 개ㆍ보수했다는 것이다.

이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하층으로 신고하고 실제로는 1층 건물로 만든 경우가 태반"이라며 "외양만 그럴싸한 한옥이 됐다"고 말했다. 이곳 한옥의 외관으로만 봤을 때도 담장높이나 정문 및 지붕 양식이 '서울시 한옥수선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가 9건이나 확인됐다.

북촌 전통한옥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데이비드 킬번씨 가족의 사연(본보 10월31일자 8면)도 이 같은 북촌 개발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북촌연구가인 홍성태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북촌에서 전통한옥은 거의 없고 공동체적 생활주거공간도 완전히 망가졌다"며 "겉만 그럴싸하게 꾸며봐야 관광객에게조차 감흥을 주지 못하므로 전통한옥과 그 속의 삶을 함께 보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준모기자
박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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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한옥에서 살아온 나의 한옥 사랑이 이웹싸이트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공익을 위하여, 우리는 서울시에 남아있는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호하는 데에 생겨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문서, 수필, 의견 또 사진들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하회마을과 양동, 이 두 한옥 마을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정지로 인정을 받으면서, 전통한옥은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우리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옥이 어떻게, 왜? 계속 파괴되어지는지, 누가 그 책임을 지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며 또한 어떠한 조취가 취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웹사이트가 사라지는 서울의 한옥 문화유산의 보호를 돕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David Kil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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