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사랑 20년 영국인 ‘고개떨군 실명’

북촌지킴이 데이비드 킬번·최금옥 부부 애틋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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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Kilburn
» ‘북촌 한옥마을 지킴이’ 데이비드 킬번의 아내 최금옥씨가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한옥집 툇마루에 서서 20년 동안 한옥을 가꾸고 보존하며 겪어온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31-79번지. ‘북촌 한옥마을’로 유명한 이곳 한가운데 영국인 데이비드 킬번(66)과 한국인 최금옥(54)씨 부부가 20년 넘게 산 아담한 한옥집이 있다.

킬번은 20여년 전인 1988년 한국에 왔다가 이 집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부인 최씨는 30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이 집을 초콜릿 사듯 순식간에 샀다”며 “데이비드는 조선 600년의 역사가 남아 있고 한국 근대사의 역경 속에서도 살아남은 북촌의 정신과 한옥 그 자체를 너무나 사랑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는 그 뒤 ‘한옥 알림이’를 자청했다. 일본 잡지에 한옥을 홍보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개인 누리집에 영어로 한옥을 홍보하는 글을 썼다. 집으로 외국인 손님을 초대해 한옥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게 했다. 프리랜서 기자이자 마케팅 컨설턴트로 한국·일본을 오가면서, 그의 생활에는 늘 ‘한옥과 한국 전통문화’가 중심에 있었다.
한옥보존 활동하던 남편
업자에 떠밀려 쓰러져
1년뒤 아내마저 암 진단
그러나 2002년, 서울시의 ‘북촌가꾸기 기본계획’이 본격화하면서 킬번 부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개발업자들이 집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집값이 몇 배나 뛰었고, 업자들은 한옥을 ‘가짜’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상업용도로 쓸 수 있게 1층은 콘크리트 건물로 짓고, 2층만 한옥 기와를 얹은 집들이 생겨났다. 지하를 파는가 하면, 기와 밑에는 흙 대신 콘크리트를 부은 탓에 지금의 북촌마을 한옥 지붕은 숨을 못 쉰다. ‘거주자’가 없어진 지금의 북촌은 ‘유령마을’이다. 밤에는 밥 짓는 냄새를 맡을 수 없다.

킬번은 이렇게 북촌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서울시와 종로구 관계자를 만나 “한옥에 대한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우고, 한옥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증·개축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5년에는 ‘불법적으로’ 건축허가를 내준 서울시장을 상대로 ‘건축허가 취소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패소했다. 현재 서울특별시는 북촌 한옥마을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정하고 있다. 위락시설 건축은 원칙적으로 막고 있지만 서울시 한옥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허가할 수 있게 해 ‘상업시설’용도의 한옥이 들어섰다. 또한 한옥 변형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가짜 한옥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킬번은 입버릇처럼 “영국의 100~200년 된 전통 집들은 정부가 정규적으로 방문해 조사하고, 철거·변경·확장을 원할 때 법에 지키지 않으면 엄격하게 처벌된다”며 “한국에서는 그런 보존 관련 규제가 없어 아름다운 한옥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로이 한옥을 지키려 싸우던 킬번 부부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킬번의 앞집이 콘크리트를 사용해 한옥을 개축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려다 개발업자한테 떠밀려 쓰러졌다. 최씨는 “당시 종로구청 관계자도 불법적인 한옥 공사현장에 입회해 있었다”고 말했다. 심장마비 진단을 받았고, 10개월 뒤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킬번이 시력을 잃고 2년이 넘게 흐른 지난해 10월 부인 최씨마저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았다. 최씨는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전통유산이 사라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고 이를 막으려 했을 뿐인데 우리에게 병만 남았다”며 “전통문화에 대한 의식도, 인권에 대한 존중도 없는 나라 아닌가”라고 말했다.

킬번 부부의 사연이 일부 누리꾼에게 알려지면서, 최근 그의 개인 누리집 ‘가회동 닷컴’(www.kahoidong.com)은 방문자가 하루 200명을 넘어섰다. 현재 요양을 위해 일본에 머물고 있는 킬번은 이 소식을 듣고 눈가가 촉촉해졌다고 했다. 더는 사랑하던 한옥을 볼 수 없는 킬번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한옥에 이제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기쁘다”고 말했다고 최씨는 전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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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한옥에서 살아온 나의 한옥 사랑이 이웹싸이트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공익을 위하여, 우리는 서울시에 남아있는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호하는 데에 생겨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문서, 수필, 의견 또 사진들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하회마을과 양동, 이 두 한옥 마을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정지로 인정을 받으면서, 전통한옥은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우리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옥이 어떻게, 왜? 계속 파괴되어지는지, 누가 그 책임을 지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며 또한 어떠한 조취가 취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웹사이트가 사라지는 서울의 한옥 문화유산의 보호를 돕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David Kilbu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