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Report 2005년 8월 9일 (화) 9:16 미디어다음

북촌 한옥마을이 사라진다

전통 한옥 부수고 무늬만 한옥 들어서 ... 보존지구 취지와 상반된 개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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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다음 / 김태형 기자

서울의 대표적인 한옥밀집지역인 북촌. 그 북촌이 개발열풍에 사라져가고 있다. 한적했던 이곳이 공사장 소음 가득한 곳으로 바뀌게 된 시기는 역설적이게도 보존사업이 본격화된 2002년 이후이다.

이른바 ‘북촌 가꾸기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북촌 고유의 전통한옥 경관과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다. 한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이라고 불리는 북촌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철근콘크리트 위에 목조기와지붕?

서울 도심 한복판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서 북으로는 북한산 자락과 남으로는 종로를 끼고 있는 북촌. 그 북촌에는 현재 900여 채 한옥이 남아있다. 그 가운데 전통적인 한옥의 미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다는 가회동 31번지.

가회동 31-95 in 2005-07-04
가회동 31-95   2005-07-04

지난 2일 미디어다음이 찾은 가회동에는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미 상당수의 한옥이 형체를 잃고 새롭게 신축되고 있었다. 신축되고 있는 건물의 모양새는 전통한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형태였다.

신축되고 있는 건물은 지하1층은 철근콘크리트 구조물, 1층은 목조기와지붕으로 지어지고 있었다. 양복 위에 갓을 쓰고 있는 모양새. 외관만 봐서는 독특한 한옥으로 보이지만 실은 무늬만 한옥인 국적불명의 집들이 지어지고 있었다.

가회동에서 신축 중인 건축물 공사 현장 ⓒ미디어다음

이러한 시설물은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돼 식당, 술집, 노래방 등 영업시설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북촌 가꾸기 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전통 한옥을 부수고 이 자리에 각종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것이다

신영훈 한옥문화원 원장은 “이런 집들은 전통 한옥이 아니라 싸구려 엉터리 한옥에 불과하다”며 “집장수들이 원가절감을 위해 날림으로 지은 집이 대표적인 한옥마을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주민은 떠나고, 투기꾼들 한옥 매수 이어져
개방 한옥에는 6000만원 무상지원

 

Restuarant licence

지하 1층은 콘크리트 구조, 지상 1층은 목조기와건물로 허가가 난 가회동 31번지 신축 주택
ⓒ미디어다음

전통 가옥이 헐리고 정체불명의 한옥이 신축되는 일은 모두 ‘북촌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북촌 가꾸기 사업’이란 원래 한옥 보전을 위해 등록제를 시행하고, 등록된 한옥에 대해서는 개보수와 신개축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 전통주거문화를 계승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 북촌에는 전통 주거문화 계승이란 본질은 사라지고 지원금과 개발열풍만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주민숙원이었던 개보수와 신개축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수천만 원에 상당하는 지원금까지 따라오니 북촌 일대가 당연히 들썩이게 된 것.

서울시가 리모델링을 신청한 한옥 소유자에게 지원하는 돈은 무상 3000만원과 무이자 2000만원. 리모델링한 한옥을 개방할 경우 최대 6000만원까지 무상으로 지원된다. 북촌 일대에 엄청난 규모의 돈이 풀린 셈이다.

이런 정보를 가장 먼저 알고 있는 일부 투기꾼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정보에 눈이 어두운 원주민에게 헐값으로 한옥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 특히 전통 한옥이 밀집한 가회동 일대에는 외지인이 수십 채 한옥을 사들이는 바람에 사람이 살지 않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도시연대 김은희 국장은 “북촌의 진정한 가치는 실제로 사람이 주거하는 한옥마을이라는 점”이라며 “원주민이 떠나고 집들이 비워진다면 북촌은 껍데기만 남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당 500~600만원하던 집이 2000만원으로 뛰어

북촌 한옥 마을 매수에 나섰던 이들이 노리는 것은 정부 지원금뿐만이 아니다. 그렇게 받은 지원금으로 ‘리모델링’에 나서면 집값이 몇 배 오르는 개발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촌 가꾸기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땅값은 평당 500~600만원 선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평당 2000만원이 넘는 곳도 나올 만큼 집값이 급등했다. 그렇지만 인사동을 대신할 상업지구로 북촌 일대가 각광을 받으면서 집값과 땅값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개보수, 신개축 과정에서 특정 건설업체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북촌 일대에서 공사를 맞고 있는 모 건설회사 경영진이 해당 지역 유력인사의 친인척이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개발을 둘러싼 이권이 눈앞에 보이자 현지 주민들 간의 재산권 분쟁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옆집에서 설거지 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는 한적한 마을에서 이웃끼리 얼굴 붉히는 송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담장 경계를 둘러싼 분쟁,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소유자와 세입자 간의 분쟁 등 북촌은 지금 개발 열풍에 홍역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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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부터 한옥에서 살아온 나의 한옥 사랑이 이웹싸이트의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공익을 도모하기 위해 발전해 나가고 있다. 공익을 위하여, 우리는 서울시에 남아있는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호하는 데에 생겨나는 문제점들에 대한 문서, 수필, 의견 또 사진들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하회마을과 양동, 이 두 한옥 마을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 지정지로 인정을 받으면서, 전통한옥은 전 세계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우리는 이 웹사이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한옥이 어떻게, 왜? 계속 파괴되어지는지, 누가 그 책임을 지고 있는지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하며 또한 어떠한 조취가 취해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 웹사이트가 사라지는 서울의 한옥 문화유산의 보호를 돕기 위해 우리 개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이다. David Kilb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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